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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일기

노인을 혼내는 택시기사

by 보거(輔車) 20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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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 소도시의 택시기사다.

한노인의 앞을 지나칠 즈음 길옆에 서계시던 노부부가 손을 드신다.. 달리던 속도가 있기에 한참을 지나서야 정차한다. 걷기도 힘겨우신 어르신이 기다리는 택시를 위해 뛰어 오시는 모습이 백미러를 통해 보인다. 룸밀러와 백미러로 후미를 확인하고 위험하긴 하지만 후진 기어를 넣고 노부부앞에 멈춰서자..

연신 고맙다 인사해 주시는 어르신....

어서오셔요.. 어무니 아부지...  으딜 그렇게 다정하게 가셔유?

병원가지 할아버지가 아퍼서...

어무니 아부지 어떤 약보다 웃음만큼 큰 보약도 읎데유... 웃으시야뎌(웃으셔야되요)... 그러면서 사알짝 재롱을 부려본다...  한없이 밝아지는 어르신들의 표정을 보며 내가 한없이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내 엄마, 내 아부지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내 어르신들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 지고 만다.. "얼른 죽어야 되는데... 하며 창밖을 바라보신다.." (택시운전을 하면서 참 많이 듣게 되는 소리다.) (누군가 그러더라 어른을 넘어 노인의 길로 들어서면 아이가 되어 간다고.. 이 말씀도 분명 투정이실게다) 어무니 아부지 그런 말씀 하시면 이 택시기사한티 혼~~~~나유.... 죽긴 왜 죽어유... 젊은날 고생고생해서 이만큼 맹글어놨으믄 편하게 지내실 생각을 해야지.. 하며 내 아부지에게 못드린 말들을 쏟아 놓아본다..

그러게 말이야 편하게 살때 되니까 이노무 몸땡이가 말을 안듣네...

이런 말씀을 듣다보면 가슴속 한구속에 뭉쳐있던 눈물이 솓구쳐 오르는 것 같다. 아마도 몇년째 누워계시는 내 아부지 그 곁에서 본인몸도 성치 않으시면서 아버지 병간호 하시는 내 어머니.... 게다가 벌이가 신통치 않고 지새끼 먹어 살리겄다고 아둥바둥 살아가며 부모에게는 신경쓰지 못하는 못난 막내아들놈... 생각 때문일게다..

그때문인지 택시를 하면서 만들어진 징크스가 하나있다.. 여든(80)이 넘으신 어르신이 내가 운전하는 택시에 타고 나시면 그날은 기분이 굉장히 좋다.. 어르신들은 그 옛날 아무리 먼거리도 많은 짐이 있어도 걸어다니실수 밖에 없었다. 그때의 기억이 있으셔서 인지 비록  돈을내고 택시를 타시면서도 택시기사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가져주시고 전해 주시는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998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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